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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와 나이프 |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 클래식한 정통 추리물과 무색무취 탐정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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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7-1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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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서른 편쯤 읽었던가. 지금까지 그는 104편의 작품을 발표했는데 단편에 벽돌책에, 가가 형사, 유가와, 마녀 시리즈, 힐링소설 등 스타일도 다양하다. 그 다양성 때문에 자꾸 읽게 되는 것 같다. 읽는 독자가 빠른가 쓰는 작가가 빠른가, 어디 한 번 해보자는 승부욕도 작용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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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한숨 자고 일어나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 나오는 느낌이다. 이번 신간은 『장미와 나이프』라는 제목으로 "클래식의 귀환"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이 작품은 그가 14번째 발표했던 초기작 『탐정 클럽』을 복간한 것이다.

그동안 읽었던 작품들과는 확실히 다른 결이 느껴졌다. 추리 진행 방식 자체에만 충실하다고 해야 할까? 욕망을 다뤘음에도 군더더기 설명도 감정의 찌꺼기도 남지 않는 명쾌한 전개가 이어진다. 그래서 클래식, 귀환, 원조, 바이블과 같은 수식어가 붙었구나 싶다.

다 재밌었지만 「의뢰인의 딸」이라는 작품에 정이 간다. 아빠를 수상쩍게 생각하는 딸의 의뢰에 사무적으로 조사비는 어쩔 거냐고 묻는 탐정. 견적 금액 정도면 세뱃돈으로 될 것 같다고 답하니 뻘쭘하게 수락하는 장면이 웃겼다. 딸이 상처받을까 봐 거짓을 말해야 하는데 직업윤리 때문에 고민하는 탐정도 인간적이었다.

「위장의 밤」에서는 추리소설을 읽어본 적 없는 자가 어설프게 사건 현장을 조작하려다 난처해지는 장면으로 추리소설을 은근히 홍보한다. 어떤 작품에선가는 쉬지 않고 작품 발표를 하는 작가를 기업으로 의심하기도 하는 등 홍보와 자기객관화를 넘나드는 게이고 씨다. 이렇게 작품 속에서 그의 존재감을 느낄 때 읽는 재미가 더욱 커진다. 「탐정 활용법」에서 탐정들은 굴욕적인 사건을 맞닥뜨리고 후회도 하고, 자신을 이용한 의뢰인을 압박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장미와 나이프에서는 다시 깔끔한 해결로 이미지를 회복하며 "장미에서 가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는 멋진 은유로 사건의 정황을 설명한다. 마치 동화 『단추로 끓인 수프』처럼 무색무취, 무미건조에서 시작해 어느샌가 풍성한 맛이 배어 나오는듯했다.

초기작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트릭이 잘 짜여있고 풀이 또한 시원시원하다. 이름 모를 탐정들의 활약을 더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풍기며 독자들을 추리소설 마니아로 이끄는 작품이었다. 데뷔 40주년이라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계속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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